
<영화정보>
제목 : 라스트 마일
장르 : 스릴러,드라마
상영시간 : 129분
상영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1. 줄거리 – 단절된 세상에서 다시 연결을 꿈꾸는 마지막 거리
"이 거리의 끝에서, 우리는 서로를 다시 마주하게 될까?"
도쿄, 현재.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확산되며 도시 전체가 봉쇄된다. 사람들은 서로를 경계하며 문을 걸어 잠그고, 거리는 점점 침묵 속으로 가라앉는다. 정부는 외출 금지령을 내리고, 모든 생활은 온라인과 택배를 통해 유지된다. 사회는 그야말로 ‘비대면’이라는 단어 아래, 사람 간의 모든 관계가 단절된 채 유지된다.
그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배송기사들. 그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도시 곳곳을 누비며 생활 필수품을 전달한다. 그중에서도 택배기사 다이고(사토 타케루)는 모든 것이 멈춰버린 세상에서도 묵묵히 하루하루를 달린다. 익숙한 동네의 골목길, 늘 지나던 아파트 복도. 그러나 이제는 문 하나하나가 철벽처럼 느껴지는, 침묵으로 가득한 공간이 되었다.
어느 날, 다이고는 한 건의 배송 요청을 받는다. 주소는 봉쇄 구역 안, ‘격리 대상 지역’. 이미 물류망이 끊긴 지 오래인 그곳에 누군가가 생존해 있다는 뜻이었다. 다이고는 상부의 지시를 무시하고, 위험을 감수하며 직접 그곳으로 향한다.
그가 도착한 곳에는 소녀 유리(아라타 마켄유)가 홀로 버티고 있었다. 그녀는 감염된 가족들을 떠나보낸 후, 외부와 단절된 채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다이고는 그녀의 사연에 마음이 흔들리고, 더 많은 생존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미 정부는 그 구역을 ‘사망자 전원 확인’으로 처리해버린 상태다.
다이고는 고민 끝에 다시 이곳을 찾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의 움직임은 점차 상부의 감시에 포착되고, 상층부에서는 그를 위험 인물로 간주해 제거 명령을 내린다. 점점 더 거세지는 봉쇄와 검열, 그리고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방화 사건들. 이 모든 혼란의 끝에서, 다이고는 과연 무엇을 지켜내려 하는 것일까?
《라스트 마일》은 감염병이라는 재난을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민낯과 희망, 그리고 ‘마지막 1마일’이 상징하는 인간성의 회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2. 등장인물 – 단절된 세상 속 연결의 끈을 잡은 사람들
- 다이고 (사토 타케루): 전직 육상 선수 출신의 택배 기사. 세상이 멈췄을 때도 사람들에게 물건을 전달하며 살아가는 인물. 자신도 모르게 인간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다.
- 유리 (아라타 마켄유): 격리 구역에서 홀로 살아남은 소녀. 가족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생존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는 강한 내면을 지녔다.
- 마츠모토: 택배 회사 운영자. 위기 속에서도 물류를 유지하려는 고군분투의 리더. 그러나 갈수록 시스템 유지보다 생존 문제에 고민한다.
- 후지야마 경위: 시민 질서를 지키기 위한 정부 요원. 다이고를 ‘위험 인물’로 간주하면서도, 그 안에 모순을 느낀다.
- 와타나베: 격리 구역 내에서 남몰래 사람들을 도와온 인물. 다이고와 유리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하며, 영화의 전환점이 되는 인물이다.
3. 영화 리뷰 – '사람'을 잊지 않기 위한 마지막 거리
"세상이 단절되었을 때, 우린 무엇으로 서로를 이어야 할까?"
《라스트 마일》은 재난 영화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라는 깊은 메시지가 자리잡고 있다. 이 영화는 단순히 팬데믹의 혼란이나 스릴을 그리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 오히려 재난 속에서 드러나는 개인의 외로움, 공동체의 붕괴,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려는 ‘의지’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주인공 다이고는 전형적인 영웅이 아니다. 그는 무기를 들지도, 거대한 조직과 싸우지도 않는다. 하지만 택배를 멈추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들에게 물건을 전달한다. 이 단순한 행위는 이 영화에서 ‘인간성’의 상징이 된다. 우리는 코로나19를 겪으며 일상의 일부가 된 배달 기사를 얼마나 자주 마주쳤던가. 영화는 그 익숙한 존재를 통해 진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누군가에게 다가가기 위해 얼마나 걸어갈 수 있습니까?"
특히 영화의 중후반부, 다이고가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유리에게 생필품을 전하는 장면은 눈물겹도록 진심이다. 유리는 자신이 ‘버려졌다’고 느끼지만, 다이고의 존재는 그 믿음을 부수고 새로운 가능성을 심어준다. 이는 영화가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메시지, “세상은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는 선언이다.
또한 영화의 구성은 절묘하게 고립감과 불안, 그리고 정서를 조율한다. 거리마다 등장하는 마스크 낀 사람들, 서로를 바라보지 않고 스마트폰만 보는 일상, 포장지 속에 감정을 감춘 문 앞의 배달 물품들. 이 영화는 우리 모두가 겪었던 그 현실을 그 어떤 SF보다 리얼하게 그려낸다.
비주얼적으로도 눈에 띈다. 폐허가 된 도시, 정지된 교차로, 무인화된 생활은 영화 전체에 침묵의 정서를 깔아놓는다. 여기에 잔잔한 피아노와 첼로가 덧입혀져,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무언의 감정선’을 극대화한다.
다소 느릿한 전개와 장면 전환은 일부 관객에게 답답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추구하는 건 속도감이 아닌, '묵직한 여운'이다.
《라스트 마일》은 관객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중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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