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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리뷰] 콘클라베 – 종교는 믿음인가, 정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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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정보>

제목 : 콘클라베

장르 :  드라마, 스릴러

상영시간 : 120분

상영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1. 줄거리 – 시스티나 성당, 그 벽 안에 감춰진 진실

"신의 선택이라는 이름 아래, 인간의 욕망이 꿈틀거린다."

로마. 전 세계 10억 이상의 가톨릭 신자들이 숨죽인 채 ‘흰 연기’를 기다리는 시기, 교황이 서거하고 콘클라베(Conclave)가 열린다. 콘클라베란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시스티나 성당 안에 세계 각국의 추기경들이 모이는 비밀회의. 외부와 완벽히 차단된 이 성스러운 공간 안에서, 신의 이름으로 단 한 명의 지도자가 탄생해야 한다.

주인공 폴 링게르트(랄프 파인즈)는 영국 출신의 지적이고 고결한 인물로, 누구보다 신에 대한 믿음이 확고한 추기경이다. 그는 교황 선출이라는 중대한 의식을 앞두고 그저 순리에 따라 성령의 뜻이 실현되리라 믿는다. 하지만 시작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정적 속에서 치열하게 교차하는 시선, 정중하지만 날카로운 언쟁, 그리고 갑작스레 공개된 전임 교황의 유언. 이 유언 하나가 모든 것을 뒤흔든다.

그 유언에는 충격적인 사실이 담겨 있었고, 그것은 곧 새 교황 선출 자격을 뒤흔들 수도 있는 치명적인 진실이었다. 교황의 의도는 과연 신의 뜻이었을까, 아니면 정치적인 수로 가득한 계산이었을까? 링게르트는 그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하지만, 회의는 점점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동료 추기경들 사이의 연합과 반목은 점점 더 격화된다.

한편, 성당 안에서는 언론도, 세속의 힘도 통하지 않는 고요한 전쟁이 벌어진다. 겉으로는 차분한 기도와 의식이 이어지지만, 속으로는 개인의 신념과 권력, 믿음과 야망이 충돌하며 치열한 심리전이 전개된다. 그리고 링게르트는 결국 자신이 마주한 진실 앞에서 ‘선택’이라는 가장 무거운 시험대에 선다.

과연 그는 신의 뜻대로 행동할 것인가, 아니면 인간의 현실적 선택을 할 것인가?


2. 등장인물 – 신앙과 야망 사이의 선택

🔹 폴 링게르트 (랄프 파인즈)
영국 출신의 추기경. 원칙주의자이며 도덕적 중심을 지키려 하지만, 회의가 진행될수록 점점 더 커지는 진실의 무게에 흔들리기 시작한다.

🔹 수세자 추기경들
각자 다른 지역과 성향을 대표하는 인물들. 보수파와 개혁파로 나뉘어 격돌하며, 교황직을 차지하려는 야심을 숨기지 않는다.

🔹 전임 교황 (언급/회상)
그의 유언이 콘클라베의 흐름을 뒤흔든다. 생전의 행적과 비밀이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

🔹 비오 로마노 – 비밀을 쥐고 있는 인물
교황의 측근이자 유언의 진위를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로, 링게르트에게 중대한 정보를 전달한다.


3. 영화 리뷰 – 고요한 성당 안, 거대한 질문이 울려 퍼지다

"신이 선택한 자가 아니라, 진실을 감당할 수 있는 자가 교황이 되어야 한다."

《콘클라베》는 흔히 알고 있는 종교 영화와는 궤를 달리한다. 교황 선출이라는 전 세계 가톨릭의 가장 신성한 의식 뒤에 숨겨진 인간의 갈등과 정치적 계산, 그리고 도덕적 딜레마를 치밀하게 그려낸 심리 드라마다.

영화의 절반 이상이 한정된 공간, 시스티나 성당 안에서 벌어지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그 제한된 무대 위에서 인물들의 미묘한 감정선과 심리 변화가 더욱 부각되며, 관객은 고요한 전쟁터에 함께 들어간 듯한 체험을 하게 된다.

랄프 파인즈는 이번 작품에서 자신의 내면 연기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는 극적인 대사를 던지기보다, 침묵과 주저, 응시와 고뇌로 캐릭터의 갈등을 보여준다. 그가 마주한 진실은 단순히 개인의 윤리 문제를 넘어선다. 그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교황 선출이라는 의식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철저히 ‘선택’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누굴 지도자로 뽑아야 하는가?
그 사람은 완벽해야 하는가, 아니면 진실을 감당할 수 있는 용기만 있으면 되는가?
그리고 그 선택이 가져올 무게를 과연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은 단지 종교적 차원을 넘어 사회 전반의 지도자 선정, 권력의 본질, 인간의 양심에 대한 보편적인 성찰로 확장된다.

비주얼적으로도 이 영화는 웅장하고 섬세하다. 시스티나 성당의 내부, 미켈란젤로의 천장화 아래 펼쳐지는 장면들은 경건하면서도 묘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조명과 음악은 절제되어 있으며, 묵직한 사운드가 교황 선출이라는 의식의 무게를 실감하게 만든다.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가 특정한 결론을 관객에게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구의 선택이 옳았는지, 누가 더 신의 뜻에 가까운지를 단정하지 않는다. 대신 묻는다.

"만약 그 자리에 당신이 있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겠는가?"

《콘클라베》는 느린 템포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이다.
누군가는 권력의 드라마로, 누군가는 도덕적 시험으로, 또 누군가는 신에 대한 믿음의 흔들림으로 이 영화를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영화는 끝나고 나서도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 있는 질문을 던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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