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리뷰

[영화리뷰] 터널 – 하정우의 숨 막히는 생존 드라마

728x90

<영화정보>

제목 : 터널

장르 :  드라마

상영시간 : 126분

상영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1. 줄거리 – 한 남자의 고립, 한 사회의 민낯

"나는 아직 살아 있어요. 구해 주세요."

평범한 자동차 영업부장 정수(하정우)는 어린 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케이크를 들고 귀가하던 길이었다. 기분 좋은 음악을 틀고, 창밖으로 익숙한 풍경을 지나던 어느 순간, 그 평범함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다. 달리던 차량이 터널 한복판에서 붕괴에 휘말린 것이다. 무너진 콘크리트와 파편 더미 속에 갇힌 정수는 순식간에 고립된 채, 자신의 생존을 걸고 버텨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정수의 휴대폰 배터리는 얼마 남지 않았고, 손에 든 건 작은 케이크와 생수 두 병, 딸이 좋아하던 장난감 하나뿐이다. 구조대는 곧 출동하지만, 생각보다 터널의 구조는 복잡하고 불안정하다. 며칠 안에 구조될 거란 희망은 점차 불안감으로 바뀌고, 구조는 미뤄지고, 사람들의 관심도 조금씩 옅어진다.

한편, 그의 아내 세현(배두나)은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오열하면서도 남편을 믿고 끝까지 목소리를 낸다. 구조 책임자 대경(오달수)은 불안정한 터널과 외부의 압박 사이에서 갈등하고, 언론과 정치권은 이 사건을 이용하거나 빠르게 수습하려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

터널 안의 정수는 한 사람의 생존을 넘어, 이 사회가 인간 생명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를 고스란히 비춰주는 존재가 된다. 과연 그는 무사히 살아나올 수 있을까? 아니, 우리는 그를 끝까지 기억하고 기다릴 수 있을까?


2. 등장인물 – 고립과 구조의 양극을 이끄는 사람들

🔹 정수 (하정우) – 터널 붕괴에 고립된 평범한 남성. 유머와 강한 생존 의지로 무너지는 현실 속에서도 버텨낸다.
🔹 세현 (배두나) – 남편을 잃을 수 없다는 일념으로 끝까지 싸우는 아내. 조용하지만 단단한 힘을 가진 존재.
🔹 대경 (오달수) – 구조 책임자. 현실과 이상, 시스템과 인간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 언론과 정치인들 – 위기 상황을 쇼로 만들어가며 점점 본질에서 멀어지는 사회의 얼굴을 대변하는 인물들.


3. 영화리뷰 – ‘당신은, 누군가에게 구조될 수 있는 존재인가요?’

〈터널〉은 단순한 재난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재난이라는 극한 상황을 통해 인간, 사회, 시스템의 민낯을 드러낸다. 영화는 거대한 블록버스터나 시원한 탈출극이 아니라, 오직 한 사람의 생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바로 그 점이 가장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정수는 터널 안에서 두려움과 외로움, 갈증과 무력함을 견뎌낸다. 하지만 그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외부의 구조 의지가 약해지는 현실이다. 그가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버티는 시간 동안, 세상은 점차 그의 존재를 잊어간다. 이는 단지 재난 상황의 비극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누군가의 고통을 얼마나 쉽게 소비하고 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나는 아직 살아 있어요.”
정수가 구조대와 마지막으로 통화하며 남긴 이 대사는 단순한 생존의 외침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외면하고 싶지만 마주해야 할 현실에 대한 목소리다. 우리는 매일 뉴스 속에서 수많은 '정수'들을 본다. 구조되지 못한 사람들, 시스템에서 배제된 존재들. 그들을 향한 우리의 시선은, 그리고 기억은 얼마나 오래 가는가?

영화는 과도하게 감정을 자극하지 않는다. 오히려 절제된 연출과 하정우의 절묘한 연기로, 오히려 더 깊은 몰입을 유도한다. 좁은 터널 속 단조로운 공간에서 한 사람의 감정 곡선을 따라가는 이 구조는, 관객으로 하여금 그 공간 안에 함께 갇힌 듯한 공감대를 만든다. 숨이 막힐 듯한 고립감, 희망과 절망을 오가는 정수의 감정은 단지 관찰이 아닌 체험으로 다가온다.

또한 영화는 비난하지 않는다. 정치인, 언론, 구조대, 모두 각자의 입장이 있다. 다만, 인간이라는 이름 앞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누군가를 살리는 일은, 반드시 영웅적인 행동이 아니라, 누군가를 ‘끝까지 기억하는 것’임을 영화는 말하고 있는 듯하다.

엔딩 장면에서 정수가 다시 세상의 빛을 보며 내뱉는 한숨은 단순한 안도의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그동안 외면당한 존재가 다시 사람으로 살아가도 되는 세상에 대한 질문이자 선언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