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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리뷰] 국제시장 – 가족을 위한 희생, 아버지의 시대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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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정보>

제목 : 국제시장

장르 :  드라마

상영시간 : 126분

상영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1. 줄거리 – 가족을 위해 자신의 삶을 건 남자, 덕수의 일생

"내가 선택한 삶은 아니지만, 내가 책임져야 할 삶이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수많은 피란민과 함께 흥남부두에서 철수선에 몸을 실은 덕수는 어린 여동생을 잃은 채 부산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아버지와 재회하기를 소망하며 어머니와 남동생, 여동생을 돌보며 어렵게 살아간다. 아버지가 남긴 말, “네가 가장이야”는 어린 덕수의 가슴에 깊이 새겨졌고, 그는 그 한마디를 평생 짊어지고 살아가게 된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그는 어린 나이에 독일로 떠나 탄광촌에서 위험천만한 갱도 작업에 투입된다. 그곳에서 간호사 영자와 운명처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고된 노동과 끊이지 않는 사고는 그를 끊임없이 시험에 들게 한다.

독일에서 돌아온 덕수는 또 한 번의 결단을 내린다. 월남전 파병 근로자로 지원해 다시 위험한 전장에 몸을 던진다. 가족을 위해 기꺼이 희생을 선택하는 그의 삶은 언제나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사명감으로 가득 차 있다.

세월이 흘러 자식들은 장성하고, 시대는 변하지만 덕수의 삶에는 여전히 과거의 기억이 깃들어 있다. 손주가 태어나는 병원에서도, 오랜 세월 묵혀둔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서도 그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본다.

누구에게도 대단하지 않았을 한 남자의 평범한 인생. 하지만 가족을 위해 평생을 바친 그 삶은 결국, 한 시대를 살아낸 위대한 한 개인의 역사이자, 대한민국 아버지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2. 등장인물 – 한 남자의 일생을 빛내준 이들

  • 덕수 (황정민): 가족을 위해 자신의 꿈과 청춘을 포기한 가장. 굳은 책임감과 헌신의 상징.
  • 영자 (김윤진): 독일 간호사로 만난 덕수의 아내. 따뜻하면서도 강단 있는 인물.
  • 달구 (오달수): 덕수의 평생 친구.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한 동반자.
  • 덕수 어머니 (장영남): 자식을 위해 어떤 고통도 감수하는 강한 어머니.
  • 윤수 (정진영): 덕수의 장성한 아들. 아버지의 삶을 이해하고 존중하게 되는 인물.

3. 영화리뷰 – “나는 그저 가족을 지키고 싶었을 뿐이야”

〈국제시장〉은 한 남자의 일대기를 넘어, 대한민국 현대사를 가슴 깊이 새기는 감동의 기록이다. 주인공 덕수는 전쟁, 이산, 파독, 파병, 그리고 산업화의 격동기를 고스란히 살아낸 인물이다. 영화는 그런 덕수를 통해 "한 가정을 지킨다는 것", "가장의 책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어린 시절 부모와 생이별을 겪고, “네가 가장이야. 네가 우리 식구 책임져야 해”라는 아버지의 마지막 말을 가슴에 품은 덕수는 평생 그 책임감 하나로 살아간다. 독일 광산에서 목숨을 걸고 일을 하고, 베트남 전쟁터로까지 떠나며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려 한다. 그는 한 번도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본 적이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도 모르겠어. 그냥… 우리 식구 안 굶기려고 산 거지”라는 덕수의 독백은 한국전쟁 이후 수많은 부모 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덕수는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가?”라고 스스로에게 묻기도 하지만, 그에게는 선택지가 없다. 자신의 욕망은 뒤로 하고, 언제나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삶. 그 희생이 반복될수록, 우리는 덕수의 고집스러운 침묵 속에서 묵직한 사랑을 느낀다. 그는 말 대신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아버지라서 그래. 아버지는 원래 말이 없어. 마음이 많아도, 말이 없어”라는 막내 딸의 말은 이 영화를 관통하는 핵심 문장이기도 하다.

〈국제시장〉은 흥남철수 작전부터 이산가족 상봉까지,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현실을 철저히 담아낸다. 파독 광부로서 갱도에 갇힌 동료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구조에 나서는 장면, 베트남에서의 총탄 속 생존 본능, 그리고 이산가족 상봉 프로그램에서 울부짖으며 어머니를 애타게 부르는 모습까지. 덕수의 삶은 한 편의 역사서처럼 이어지고, 우리는 그의 인생을 따라가며 한국 현대사를 함께 겪는다.

영화의 마지막, 늙은 덕수가 흥남부두에서 아버지를 향해 “아버지! 저 여기 있어요!”라고 외치는 장면은 관객의 가슴을 무너뜨린다. 그는 평생을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왔지만, 그 안에는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과 가족에 대한 절절한 사랑이 스며 있었다. “살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라는 말은 덕수가 걸어온 길에 대한 겸손한 회고이자, 스스로를 위로하는 고백이다.

〈국제시장〉은 말한다. 가족이란 때로는 억압일 수 있지만, 결국 우리가 지켜야 할 마지막 울타리라는 것을. 덕수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사랑’이었다.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단지 한 남자의 삶을 본 것이 아니다.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 모두가 잊고 있었던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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