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리뷰

[영화리뷰] 승부 – 스승과 제자의 운명 대결, 이창호 vs 조훈현

728x90

 

<영화정보>

제목 : 승부

장르 : 드라마

상영시간 : 115분

상영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1. 줄거리 – 바둑판 위에 걸린 인생과 신념

"바둑은 기싸움이야. 마음이 흔들리면, 이미 진 거야."

1990년대 초, 바둑은 한국에서 국민적 스포츠였다. 모든 시선이 바둑판 위로 쏠리던 그 시대, 두 남자가 전설로 남는다.
하나는 조훈현. ‘국보’라 불리는 바둑의 천재이자 승부의 신으로 군림한 남자.
또 다른 하나는 이창호. 조훈현의 제자이자, 더 이상 예측 불가한 수를 두는 침묵의 승부사.

영화 <승부>는 이 두 바둑 천재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스승과 제자 사이의 경쟁, 성장, 그리고 갈등을 그려낸다.

이창호(이병헌)는 어린 시절부터 스승 조훈현(유아인)의 지도를 받으며 바둑의 세계에 입문한다. 침묵 속에 수를 두는 그는 조용하지만 누구보다 날카롭다. 반면 조훈현은 직관과 감각의 바둑을 두는 천재형 기사로, 바둑계의 정점에 서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제자였던 이창호가 하나씩 스승을 위협하는 존재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경기마다 이창호의 수는 완벽했고, 예측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이젠 시대가 바뀌었다"고.

스승과 제자의 격돌은 결국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다가온다.
세간의 관심 속에서 벌어지는 단판 승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대국이 시작된다.

그들에겐 단지 이기고 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자신이 쌓아올린 바둑 인생 전체가 걸린, 운명을 건 한 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2. 등장인물 – 조용한 승부사들

🔹 이창호 – 조용하고 감정 표현이 적지만 누구보다 치밀한 두뇌를 가진 승부사. 스승을 넘기 위한 내면의 갈등을 안고 있다.
🔹 조훈현 – 직관과 감각으로 바둑계의 황제가 된 인물.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감정의 혼란 속에서 제자와의 대국을 준비한다.
🔹 이세돌 (카메오 등장) – 이창호의 다음 세대, 새로운 흐름을 암시하는 인물로 상징적 등장.
🔹 기원 관계자들 – 승부의 현장을 함께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조훈현과 이창호의 대결을 바라보는 인물들.


3. 영화 리뷰 – 조용한 전쟁, 그리고 인생의 한 수

“진짜 승부는, 자신을 이기는 싸움이다.”

영화 <승부>는 바둑이라는 정적인 스포츠를 통해 가장 격렬한 내면의 전쟁을 그려낸다. 흔히 스포츠 영화가 외적인 역전극이나 극적인 퍼포먼스에 기대는 반면, <승부>는 ‘말 없는 두 천재’의 침묵 속 심리전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조훈현과 이창호, 스승과 제자의 이름만으로도 이미 긴장감이 서린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두 천재의 실화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스크린 위에 펼쳐지는 것은 결국, 세대를 잇는 변화의 통증과 자기 존재에 대한 통찰이다.

조훈현은 직관과 감각으로 시대를 지배한 천재였다. 그는 바둑이 예술이라고 믿었다. 승부를 넘어 ‘아름다운 수’를 두기 위해 존재했던 남자다. 반면, 이창호는 철저한 계산과 데이터의 사내. 그는 감정 없이 두는 바둑, 오직 승리를 위한 바둑을 둔다.
바둑판 앞에 앉은 두 사람은 같은 언어로 말하지 않는다. 같은 게임을 두지만, 전혀 다른 철학을 지닌다.
영화는 바로 이 차이를 조용한 대사들과 시선의 교차, 손끝의 떨림을 통해 풀어낸다.

스승을 넘는 제자, 그리고 제자에게 패배하는 스승. 그 관계 속에는 누구도 쉽게 꺼내지 못할 감정이 얽혀 있다.
자신이 길러낸 제자에게 지는 것은 단순한 패배가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시대가 끝났음을 인정하는 고백이며, 더 이상 최고가 아니라는 자각이다.
반대로, 제자에게 스승을 넘는다는 건 단순히 실력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을 길러준 존재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숙명 앞에서, 그 승리는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마지막 대국이 아니다.
승부가 끝난 뒤, 이창호가 홀로 앉아 자신이 왜 이겼는지 돌아보는 장면이다.
그 순간 그는 웃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다. 다만 조용히 돌을 하나 내려놓는다.
그건 ‘이겼다’는 기쁨의 제스처가 아니라, ‘다음 세대’로 나아가기 위한 선언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조훈현 또한 자신의 패배를 받아들이며, 제자가 자신의 길을 걷게 되었다는 사실에 비로소 안도한다.

이 영화는 말한다.
“승리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유아인과 이병헌의 연기는 그 자체로 예술이다. 유아인은 ‘시대의 끝’을, 이병헌은 ‘시대의 시작’을 표현한다.
두 사람의 연기가 마주치는 순간, 마치 바둑의 흑과 백이 처음 충돌하는 느낌이다.
누군가는 밀리고, 누군가는 쓸려가고, 결국 새로운 판이 짜여지는 시간.
영화는 조용한 대사와 간결한 수의 흐름으로도 강한 감정을 전달하며, 보는 이를 스스로의 ‘인생 승부’ 앞에 앉히게 만든다.

<승부>는 누가 이기고 지느냐보다 중요한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인생에서 얼마나 많은 ‘한 수’를 두고 있는가?
그리고 그 수는 정말 우리가 원하는 수였는가?

이 영화가 끝났을 때, 관객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수많은 수가 남는다.
왜냐하면, <승부>는 단 하나의 해답을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묻는다.

"지금 너는 어떤 수를 두고 있느냐고."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