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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리뷰] 《디스트릭트 9》 –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외계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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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정보>

제목 : 디스트릭트 9

장르 : SF, 액션, 스릴러, 드라마

상영시간 : 112분

상영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1. 줄거리 – 인간이 괴물이 되는 건 언제부터일까

“우리가 괴물로 취급한 존재는, 어쩌면 우리보다 더 인간적이었다.”

1982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상공에 거대한 외계 우주선이 정체불명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그 우주선 안에는 침략자도, 영웅도 아닌, 기아와 병에 시달리는 외계 난민들, 일명 ‘프라운’이 타고 있었다.

인류는 이들을 도심 외곽 ‘디스트릭트 9’이라는 캠프에 수용하며 격리시킨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곳은 범죄와 슬럼화, 인종차별의 상징이 되어간다.

국제 기업 MNU는 외계인의 생명체와 기술을 연구하며 이익을 취하려고 하고, 그 중심에 평범한 MNU 직원 비커스 반 더 머위(샬토 코플리)가 있다. 그는 외계인들을 강제 이주시킬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되지만, 임무 수행 중 예기치 않은 사고로 외계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점점 외계인의 신체로 변이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격리하고, 박해하던 대상과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비커스는 이제 사냥당하는 입장이 된다. 쫓기는 신세가 된 그는 디스트릭트 9의 외계인 ‘크리스토퍼 존슨’과 협력하게 되고, 자신이 인간일 때는 보지 못했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과연 비커스는 다시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그리고 인간과 외계 생명체 사이에 진짜 괴물은 누구였을까?


2. 등장인물 – 인간과 외계, 그 사이의 경계

🔹 비커스 반 더 머위 – MNU의 중간 관리자. 외계인 강제 이주 업무 중 감염되어 점점 외계인으로 변한다.
🔹 크리스토퍼 존슨 – 디스트릭트 9에 거주하는 외계 생명체. 인간보다 더 이성적이며, 가족과 자유를 되찾기 위해 노력한다.
🔹 코부스 반 메르베 – MNU의 민간군 사령관. 외계인 실험과 무기 확보에 혈안이 된 인물.
🔹 타네드널 스미스 – MNU의 고위 간부이자 비커스의 장인. 조직의 이익을 위해 사위마저 희생시키려 한다.


3. 영화 리뷰 – 인간의 얼굴을 한 괴물들

"진짜 외계인은 누구였을까? 그들을 수용한 우리가, 어쩌면 침략자였는지도 모른다."

《디스트릭트 9》은 기존의 SF 영화 공식을 완전히 뒤엎는다. 외계인이 침략자가 아닌 피해자로, 인간은 구원자가 아닌 억압자로 등장한다.
이 영화는 우리가 얼마나 쉽게 타인을 ‘다르다’는 이유로 배제하고 폭력적으로 대하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주인공 비커스는 영화 초반만 해도 관료주의적이고 무지한 인물이다. 그는 외계인을 동물처럼 취급하고, 그들을 강제로 이주시킨다. 그러나 자신이 그들과 똑같은 존재가 되자, 비로소 진짜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몸이 변해가며 인간 사회에서 추방당하는 과정은, 바로 우리가 소수자에게 가해온 편견과 폭력을 시각화한 장면이다.

외계인 ‘크리스토퍼’는 그 어떤 인간보다도 더 인간적이다. 그는 아픈 아들을 돌보고, 폭력 대신 대화를 선택하며, 인류와의 평화를 위해 끝까지 이성을 잃지 않는다.
이 대비는 관객에게 묻는다. "과연 괴물은 누구인가?"

형식적으로도 영화는 매우 독특하다.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해 마치 실제 사건을 보는 듯한 현실감을 자아낸다. 인터뷰, CCTV, 뉴스 화면이 교차 편집되며 영화는 ‘픽션’이 아닌 ‘현실’처럼 다가온다.

SF적 상상력 역시 뛰어나다. 외계인의 생물학, 무기 시스템, 우주선의 설계 등 디테일한 설정은 SF 팬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그보다 강한 여운을 남기는 것은 바로 영화가 던지는 질문이다.

"우리는 이방인을 어떻게 대하는가?"
"힘의 논리로 정의를 왜곡하고 있지 않은가?"
"진짜 괴물은 외계인이 아니라, 타인을 소외시키는 우리의 마음 아닐까?"

영화의 마지막, 외계인으로 완전히 변한 비커스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남겨놓은 작은 꽃은 큰 여운을 남긴다.
몸은 변했지만, 그의 마음만큼은 인간이었다.
그리고 그건, 우리가 잊고 지낸 진짜 인간성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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